무더운 여름철, 외출이 부담스럽고 시원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방구석 영화 한 편은 최고의 피서 방법이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보기 좋은 영화는 흔치 않다. 이럴 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2019년에 개봉한 한국 재난 영화 '엑시트'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유쾌한 코미디,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까지 갖춘 이 작품은 단순한 탈출극을 넘어선 감동을 전한다. 조정석과 윤아의 신선한 케미, 참신한 소재, 현실적인 공감 포인트는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방구석에서 함께 웃고, 긴장하고, 감동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영화 ‘엑시트’를 지금 다시 만나보자.
엑시트 줄거리 요약
‘엑시트’는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용남(조정석 분)이 주인공이다. 암벽등반 동아리에서 활약했던 대학 시절의 영광은 지나가고, 현재는 취업 실패와 가족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어느 날, 어머니의 환갑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에서 우연히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윤아 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연회가 한창 진행 중일 무렵, 도심 한가운데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서울 전역을 마비시킨다. 연회장에 갇힌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용남은 의주와 힘을 합쳐 탈출을 시도하고, 암벽등반 경험을 바탕으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용남과 의주는 각종 장애물을 극복하며 고층 건물들을 넘나들고, 유독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한다. 무너지는 구조물, 막힌 통로, 높이 솟은 빌딩들 사이에서의 긴박한 탈출 장면은 관객들에게 숨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재난 탈출극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용남은 처음에는 백수 청년이었지만, 위기의 상황 속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용기와 지혜를 발휘한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주인공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설정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지는 그의 행동은 한국 관객의 정서와 맞닿아 큰 울림을 줬다.
영화의 긴장감과 유쾌함의 균형
재난 영화의 장르는 일반적으로 긴장감과 공포, 혹은 슬픔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엑시트’는 이와는 다르게 위기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터 조정석 특유의 유쾌한 연기 스타일과 의외로 자연스러운 윤아의 코믹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은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다. 긴박한 장면과 웃음 포인트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리듬감 있는 전개가 유지된다. 특히 용남과 의주가 고층 건물 외벽을 타거나, 로프 하나에 의지해 건물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오는 허술한 장비나 예기치 못한 실수는 관객의 긴장을 순간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감정의 교차는 극적인 몰입을 더욱 높여주는 장치다.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재난 상황의 절박함을 결합해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톤을 만들어냈다. 이는 감독 이상근의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CG나 스케일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도심 환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리얼한 재난을 무대로 설정함으로써 관객에게 더 현실적인 위협과 동시에 유쾌함을 전달했다. 또한, 드론을 활용한 촬영기법이나 1인칭 시점의 탈출 장면은 현장감을 극대화하며 시청각적 재미를 더한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청소년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전 연령대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유머와 스릴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엑시트’의 균형 잡힌 구성은 가족과 함께 보는 영화로 손색이 없다.
가족영화로서의 가치
‘엑시트’는 가족 단위의 감동과 공감을 전하는 데도 탁월한 힘을 가진 영화다. 단순히 유독가스를 피해 탈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을 깊이 있게 조명함으로써 따뜻한 가족영화로의 면모를 갖춘다. 처음에는 잔소리꾼으로만 보이던 어머니(고두심 분), 늘 비교 대상이던 누나와 형부, 무기력했던 용남이 극 중 재난 상황을 함께 겪으며 점차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장면은 큰 감동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헬기 구조 장면이다. 건물 옥상에서 함께 구조를 기다리며 서로를 꼭 껴안고,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눈빛을 교환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인간의 유대감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오락물이 아님을 증명하며,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또한, 주인공 용남이 재난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청소년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영화는 실패한 청년이 현실의 벽을 넘어서고,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만든 ‘엑시트’는 교육적이면서도 오락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극적인 재미와 함께 마음속에 따뜻함을 남기는 이 영화는 가족 단위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대표적인 방구석 영화다.
‘엑시트’는 단순한 탈출 액션이 아닌, 긴장감과 유머, 감동까지 고루 갖춘 한국형 재난 영화의 수작이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적절한 분위기,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 이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엑시트’를 꼭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로 만든다. 오늘 저녁, 소파에 앉아 간단한 간식과 함께 ‘엑시트’를 다시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웃고, 긴장하고, 감동하는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